제목 [제30회 한터 백일장] 논술 심사평 & 수상작
작성자 센터지기 등록일 2023.10.31
제30회 한터 백일장 논술 부문 심사평 & 수상작


심사평

이번 백일장 논제는 현 정부가 추진중인 가짜뉴스 근절 대책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근절 대책이 미디어 환경과 저널리즘에 미칠 영향을 논하되, 그 영향이 긍정적이라면 이유를 논하고, 부정적이라면 이유와 함께 대안을 제시하라는 게 논제가 요구하는 바였습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새로 임명되면서 여론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현 정부의 시도가 노골화하고 있는 가운데 생겨난 논란인 만큼 언론사 입사 준비생이라면 정리해놓아야 할 주제입니다.

우선 가짜뉴스는 뜻부터 명확히 해야 할 단어입니다. 가짜이면 뉴스가 될 수 없다는 점에서 형용모순과도 같은 단어이기 때문입니다. 실무적인 측면에서 보더라도, 실수에 의해 생겨나는 오보와 의도적으로 생산하는 허위정보’(disinformation 또는 misinformation)를 구별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언론이 이 현상을 부추기는 주체인 것처럼 호도하기도 합니다. 논술을 쓸 때 글 전체를 관통하는 주요한 개념을 명징하게 규정하는 일은 글쓰기 준비의 첫걸음에 해당합니다. 때문에 주요한 개념은 국어사전에 나오는 뜻이 아니라 책이나 해당 분야 전문사전에 나오는 뜻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우수작은 보도의 내용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사회적으로 확정할 권한이 사법부에 있다는 점과 행정 당국이 판단의 주체가 되었을 때 언론 자유가 부당하게 침해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강조한 뒤 허위조작 뉴스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것은 비사법적 방식으로, 시민들의 판단할 자유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논지의 일관성과 명확성, 구조의 완성도, 논증의 설득력 등을 두루 갖춘 글입니다.

우수작 3편 역시 해당 주제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논술이 요구하는 바를 넉넉하게 충족한 글들이었습니다. 논술 백일장에 응모해준 모든 준비생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수고하셨습니다.

20241월 제31회 백일장에서 또 만나면 좋겠습니다.


최우수작 (임경진)

어떠한 보도를 두고 진실 공방이 벌어질 때, 보도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사회적으로 확정할 권한은 오직 사법부에 있다. 사법부는 시민들이 합의한 절차를 따르기 때문이다. 판사는 여러 이해당사자의 주장을 모두 듣고 확인한다. 2, 3심 제도를 통해 앞서 내린 판결을 다시 검증한다. 이러한 기나긴 과정을 거치면 보도의 진위가 가려질 수 있다고 시민들은 믿는다. 반대로 말하면 사법부의 선고가 있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진실을 확정할 수 없다. 사법적 영역의 바깥에서 보도의 진실에 관한 판단은 오로지 시민 개개인의 몫이다. 그 누구도 이 판단을 대신하겠다고 나서서는 안 된다.

정부가 내놓은 가짜뉴스 근절 대책은 시민을 대신해 행정 당국이 진실과 거짓을 판단하겠다는 선언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언론사의 허위·조작뉴스를 긴급 심의해 포털의 협조로 가짜뉴스를 삭제하겠다고 한다. 행정부가 판단하기에 진실한 뉴스만을 미디어 세상에 남기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방심위가 생각하는 진실이 정말로 진실이 맞냐는 것이다. 방심위의 심의에는 시간의 한계가 존재한다. 진실을 가려내는 과정에는 일정 수준의 시간이 요구된다. 사법적 판결이 그토록 오래 걸리는 이유다. 방심위의 긴급하고 신속한 심의 과정에는 사법부만큼의 철저한 조사와 검증이 생략될 수밖에 없다. 결국, 방심위 당국자들의 주관에 따라 진실이 거짓이 될 수도, 거짓이 진실이 될 수도 있다. UN<디지털 시대 언론의 자유와 언론의 안전강화> 보고서에서 국가는 디지털 회사가 사법적 적법 절차 없이 저널리즘 콘텐츠를 제한하거나 삭제하도록 강요하는 것을 삼가야 한다고 명시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언론의 허위·조작 뉴스로 인한 피해를 줄이려는 비사법적 노력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시민들의 판단할 자유를 보장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언론에 의한 언론 감시가 시민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허위 보도 피해를 줄이는 해법이 될 수 있다. 거짓이라고 의심되는 보도가 있을 때 여러 타 언론사가 해당 보도에 대한 반박 보도를 해, 시민들이 진실에 더 가까운 판단을 내리도록 돕는 것이다. 지난 5월 한 언론사가 건설노조 간부의 분신 방조 의혹을 제기하자 타 언론사들이 여러 반박 기사를 낸 것처럼 말이다. 국가가 할 수 있는 비사법적 노력에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있다. 시민들이 가짜뉴스의 해악성을 명확히 알도록 해 허위·조작 보도를 하는 언론사에 대한 소비를 줄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소비자가 불량품을 파는 기업을 멀리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허위·조작 보도가 해당 언론사에 대한 소비 감소로 이어진다면 언론사들은 불량품을 만들지 않으려 더 노력하게 될 것이다.

위에서 제시한 대안들의 핵심은 모두 시민의 힘을 빌린다는 것이다. 다양한 언론 보도를 촉진하고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시행해 가짜뉴스를 몰아낼 시민의 힘을 키워야 한다. 현 정부의 가짜뉴스 근절 대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 언론을 통제하고 시민의 판단할 자유를 빼앗는다. 가짜뉴스를 진정 뿌리 뽑으려면 정부의 가짜뉴스 근절 대책은 전면 수정되어야 한다.


우수작1 (김소영)

언론은 권력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해주는 제도다. 이로 인해 언론의 자유와 역할은 법 등을 통해 폭넓게 인정된다. 권력은 언론 보도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때때로 언론을 장악하고 통제하려 한다. 언론이 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국민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은 동아일보 백지광고 사건, 한겨레 창간 등 언론사적으로 증명됐다. 하지만 언론 불신이 확산되며 언론은 더 이상 여론에 호소하기 힘들어졌다. 이번에 논란이 된 뉴스타파 또한 사실을 검증하는 데 언론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 여기에 정파적 보도 행태가 더해져 정부의 가짜뉴스 근절 대책을 언론 검열이라고만 비판하기 어렵다.

정부 대책의 핵심은 부정확한 보도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이다.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 방심위·사업자 간 자율규제 기반 패스트트랙이 대표적인 사례다. 언론은 뉴스가 빠르게 소비되는 디지털 환경에서 트래픽을 늘리기 위해 속보·단독 경쟁을 해왔다. 신속성이 중시되는 환경에서 정확성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사실 관계 확인, 취재원 발언 검증 등 취재 과정이 미흡해지며 오보 가능성은 높아졌다. 어뷰징 관행은 오보를 확대·재생산했다. 정부 대책은 언론의 신속성으로 인한 오류를 신속성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기사 삭제나 접속 차단과 같은 제재는 언론사를 독자의 관심에서 벗어나게 만든다. 따라서 언론은 제재를 피하고자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취재 과정에 공을 들일 가능성이 크다. 이는 언론 신뢰도를 높일 것이다.

그러나 언론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시의성도 중요시한다. 정확성에만 방점을 찍을 수는 없다. 정부 대책은 이러한 특성을 무시한 채 언론을 포털에서 배제하고 그 영향력을 약화하는 제재 방법으로 언론을 구석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제재의 핵심은 언론의 의존도가 높은 포털이다. 포털의 자율규제라는 명목 아래 정부가 포털의 보도 규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걸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포털에 협조를 요청하는 방심위가 사실상 정부에 종속된 구조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직접적인 영향력 행세가 아니더라도 현재 정치 풍토상 정치권력의 입김이 포털 제재에 작용할 수 있다. 진영 이익에 반하는 뉴스를 가짜뉴스로 낙인찍는 경향, 팬덤정치 등으로 인한 심의센터에 악성민원 증가는 예측할 만한 미래다. 권력 감시형 기사가 민원으로 인해 포털에서 가려질 수 있다. 이는 언론의 권력 감시 노력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국민이 중요한 시점에 중요한 정보를 접하지 못해 알 권리를 훼손당한다는 점이다.

정부는 가짜뉴스 근절 대책을 철회해야 한다. 사회에 미칠 악영향이 더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언론의 고의적인 허위 정보 유포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법원이 오보를 위법하다고 인정한 경우는 드물었다. 이는 언론의 합리적인 의사 결정 과정에 대한 신뢰를 방증한다. 법원은 방심위와 달리 객관적인 제3자라는 점에서 그 신뢰를 높인다. 나아가 언론은 정파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사실관계 확인, 취재원 발언 검증 등 저널리즘 원칙에 입각한 정직하고 투명한 취재를 해야 한다. 더불어 포털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일본의 ‘47뉴스처럼 언론사 공동 뉴스 포털을 설립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우수작2 (손세일)

“오빠는 도대체 누구 편이야?!”

연애를 한다면 ‘늘 바른말만 하는 것’을 조심할 필요가 있다. 연애는 감정을 바탕으로 하는 관 계이기 때문에, 상대에게 공감하지 못하고 설교하려 든다면 싸움으로 번질 수 있다. 하지만 언론과 정치의 관계는 ‘이성과 논리’를 따르는 관계다. 언론은 정치권력을 감시하고, 정치는 수용할 비판은 수용하며 더 나은 정치를 추구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가짜뉴스 근절 대책’은 논리보다 감정이 앞서는 정책이다. 듣기 싫은 비판은 수용하지 않고, ‘내 편’이 아닌 언론과 싸우는 행태는 정치가 아니라 연애에서의 태도에 가깝다.

정부가 말하는 ‘가짜뉴스’는 진실과 거짓으로서의 가짜보다는, ‘내 편을 안 들어주는’ 뉴스를 의미한다. 사실 관계에 따를지라도, 정부에 비판적인 보도라면 가짜뉴스라며 열을 올린다. ‘바이든-날리면’ 보도부터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 김행 전 여가부 장관 후보자의 ‘강간 출산 옹호’ 발언까지. 가짜뉴스로 지목당하는 보도들은 정부에 우호적이지 않은 보도다. 심지어 대통령 후보 자질 검증을 위한 의혹 보도마저도 최근 가짜뉴스로 몰리며, 검찰 수사가 동원되기도 했다. 이처럼 ‘가짜’에 관한 정의는 자의적일 수밖에 없고, 정부가 추진 중인 가짜뉴스 근절 대책은 ‘남의 편 때리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감정적으로 ‘듣기 싫은 뉴스’를 쳐내는 정부 정책은 미디어 환경과 저널리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언론을 위축시켜 제대로 된 비판을 하지 못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애인의 신경질에도 조심하게 되는데, 검찰 수사까지 동원하는 정부 정책에는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언론은 시민의 알 권리 충족과 권력 비판 및 견제라는 공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군사독재정권 시절 언론사에 보안사 군인과 안기부 직원을 상주시켜 비판 여론을 검열한 결과, 언론은 제대로 된 권력 비판 보도를 하지 못했었다. 잘못된 점을 짚고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는 ‘충신’을 배척하고, 듣기 좋은 말만 일삼는 아첨 언론만 옆에 둔다면 제대로 된 정치 또한 실현하기 어렵다.

감탄고토(甘呑苦吐).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자신의 비위에 따라 사리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감정적인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 헬렌 켈러는 “항상 칭찬받기만 바란다면 자신의 그림자, 문제점을 볼 수 없다”며 “진심 어린 비판을 통해서만 깨닫게 되는 것이 있다”고 했다. 쓴소리가 오히려 진정으로 위할 줄 아는 것이라고 했다. 정치와 언론도 마찬가지다. ‘네 편 내 편’을 가르기보다는 성공한 정책은 시민에게 널리 알리고, 비판은 이성적으로 받아들여 더 나은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 정치는 감정적으로 하는 연애와는 다르니까 말이다.


우수작3 (이세영)

수천 명의 사람들이 반정부적 표현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영장도 없이 체포되어 고문 받고 있다. 2018년 방글라데시가 가짜뉴스를 방지하기 위해 디지털 보안법을 제정한 이후 흔하게 일어나는 상황이다. 한편, 대한민국 방통위 또한 가짜뉴스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 방심위가 인터넷 기사를 통심 심의해 기사 삭제와 차단 등의 선제적 조처를 가능케 하는 내용이 골자다. 혐의만으로 언론에 선제적 제한을 가하는 가짜뉴스 근절 대책은 결국 방글라데시의 디지털 보안법처럼 대한민국의 언론 자유를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다.

아직 가짜뉴스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여 전적으로 방심위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정부의 대책은 단순 비판이나 악의 없는 오보도 가짜뉴스로 낙인찍을 위험이 존재한다. 더구나 방심위는 정치적 외풍에 특히 취약하다. 자연히 미디어 생산자들은 반정부적 의사표현을 회피하거나, 간접적이고 정제된 언어로 우회하려는 경향이 짙어질 것이다. 이는 정부에 강한 비판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목소리를 높이지 못하게 함으로써, 언론의 본령인 권력 감시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는 문제를 낳을 것이다. 2022UN 역시 많은 나라에서 가짜뉴스 법의 입법 목적이 정부정책 비난을 억제하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물론 단순 오보가 아닌 허위조작 정보 방지를 위한 법률 제정은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등 세계 각국에서 이뤄지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이들 나라에서는 한국 정부가 발표한 가짜뉴스 근절 대책처럼 콘텐츠 자체를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절차적 보호 장치를 강조하고 있다. 독일의 네트워크집행법이나 유럽연합의 디지털서비스법이 그 예시다. 프랑스의 아비아법은 절차적 보호 장치가 부족해 위헌 판결을 받았다. 이 같은 노력으로 해당 국가들의 언론자유지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상위권에서 머물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 허위조작 정보의 방지라면 언론 선진국들의 예시처럼 명확한 법적 기준을 마련하여 기본권 침해를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또 프랑스, 독일, 싱가포르 등과 같이 허위조작 정보 유통 시 언론이 아닌 플랫폼을 규제하는 것도 대안이 된다. 특히 한국 언론 소비의 대부분은 네이버, 카카오톡, 유튜브 등의 플랫폼이 차지하고 있기에 효과가 클 것이다. 플랫폼에서 허위조작 정보가 유통되지 않도록 지금보다 철저하게 관리, 감독할 것이기 때문이다. 언론 역시 플랫폼으로부터 허위조작 정보 유통으로 인한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더욱 조심하게 될 것이다.

미국 수정헌법 1조는 의회는 의사 표현이나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는 그 어떤 법도 만들 수 없다며 표현의 자유를 무엇보다도 강조했다. 표현의 자유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말이 있듯, 허위조작 정보를 규제한다는 미명하에 언론 자유를 심대하게 침해하는 사태가 발생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